아빠와 두 번째 섬 여행을 장봉도에 다녀왔어요.
공항철도를 타고 운서역에서 내린 뒤,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일정이에요.
지난 하나개해수욕장·소무의도 여행에서는 배를 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드디어 인천 i-바다패스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이 걷게 됐어요.
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으로
장봉도로 가는 배는 영종도에 있는 삼목선착장에서 출발합니다.
운서역에서는 인천e음16번, 204번, 307번 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버스를 타면 보통 20~30분 정도 걸리지만, 노선마다 승차 위치가 다르고 배차간격도 짧은 편은 아닙니다.
특히 인천e음16번과 204·307번은 운서역에서 타는 위치가 서로 다르니, 지도 앱에서 버스 도착 시간과 정류장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아요.
그런데 버스를 기다리는 것보다 그냥 걷는 게 빠르겠다며 아빠가 도보 이동을 제안했습니다. 지도만 봤을 때는 아주 못 걸을 거리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물론 지도만 그랬습니다.
버스로 갈 걸…
전날 다녀온 하나개해수욕장과 소무의도는 구름이 많고 바람도 선선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아침부터 해가 쨍쨍했어요
그늘도 많지 않은 길을 계속 걷다 보니 지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멀게 느껴졌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재보지 않았지만, 삼목선착장까지 1시간 30분은 넘게 걸었던 것 같아요.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까지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초반에는 인도가 잘 정비돼 있어 걸을 만하지만, 외곽으로 갈수록 보행로가 좁아지거나 아예 끊기는 구간이 나타납니다. 차량은 빠르게 지나가는데 사람이 걷기에는 애매한 길이 많았어요.
산책 삼아 갈 만한 길은 아니었습니다.
운서동의 낮은 주택가
운서역 주변을 벗어나자 높은 건물은 줄고 낮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이어졌습니다.
공항철도역 주변의 상업지와는 분위기가 꽤 달랐어요. 공항 인근이라 그런지 건물 높이가 전반적으로 낮고, 조용한 주택가가 길게 이어졌습니다.


길을 걷다가 고양이도 만났어요.
한참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를 때라, 이때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포칼립스처럼 남은 도로
계속 걷다 보니 과거에는 도로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폐쇄된 듯한 길이 나왔습니다.

도로 옆으로는 골프장이 있었고,
넓은 아스팔트 곳곳에 ‘안전’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박혀 있었어요.
차가 다니지 않은 지 오래됐는지 아스팔트 틈을 뚫고 풀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햇빛은 강한데 주변에는 사람도 거의 없고, 넓은 도로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 아포칼립스 영화 속을 걷는 느낌이었어요.
걷는 동안 사이클을 타는 사람도 만났고, 상의를 벗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는 사람도 봤습니다.
우리는 선착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가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굉장히 건강해 보였어요.
공사 중이던 신도평화대교
선착장 방향으로 계속 걷다 보면 바다 위에 놓인 커다란 다리가 보입니다.
우리가 방문했던 5월에는 아직 공사 중이었지만, 이 다리는 영종도와 신도를 연결하는 신도평화대교였어요.
신도평화대교는 여행 이후인 2026년 7월 14일 개통했습니다. 이제 자동차뿐 아니라 자전거와 보행자도 다리를 통해 신도로 이동할 수 있고, 신도와 연결된 시도·모도까지 배 없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장봉도와 모도를 연결하는 다리도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언젠가 장봉도까지 다리로 연결되면 삼목선착장의 역할이나 배편도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하차도를 지나면 보이는 삼목 선착장
큰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삼목선착장지하차도가 보입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선착장에 거의 다 온 거예요.
요즘은 길 건너편에 있는 지하차도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대로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왔어요.
주변 도로는 차량 속도가 빠르고 사람이 길을 건너기에도 썩 편하지 않았어요. 이동할 때는 차가 오는지 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하차도를 지나 조금 더 걸으면 드디어 삼목선착장이 나옵니다.
인천 i-바다패스로 저렴하게!
5월 방문 당시에는 선착장 왼쪽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했습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매표소 문이 닫혀 있었고, 출항 20~30분 전쯤 문을 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정해진 운영 규칙이라기보다는 당시 현장 상황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표를 살 때는 승선자 전원의 신분증이 필요해요.
비상 연락처도 함께 전달한 뒤 승선권을 발급받았습니다.
인천시민은 인천 i-바다패스를 적용받아 장봉도까지 편도 1,500원,
왕복 3,000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타지역 주민에게도 정규운임의 30%만 부담하는 지원 제도가 있지만, 대상 섬에서 1박 이상 체류하고 편도 정규운임이 1만 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삼목선착장에서 장봉도로 당일치기 여행을 갈 때는 해당 할인이 적용되지 않아요.
배 시간과 일반 운임은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세종해운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삼목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신도에 잠시 정박한 뒤 장봉도로 향합니다.
장봉도까지는 약 30~40분 정도 걸려요.
승선
출항 시간이 다가오자 저 멀리에서 배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정 중앙에 배를 댈 줄 알았는데 옆으로 대는 건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면 타고 있던 승객과 차량이 먼저 빠져나옵니다.
이후 장봉도로 들어갈 사람과 자동차가 차례대로 배에 올랐어요.


사람뿐 아니라 자동차가 그대로 배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생각보다 신기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배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지만,
막상 타고 나면 바닷물을 가르며 꽤 빠르게 이동합니다.
다만 엔진 소리는 상당히 컸어요.
배가 출발하자 갈매기들도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승객들이 던지는 새우깡을 받아먹으려고 배 가까이까지 날아왔어요. 장봉도로 가는 동안 계속 따라와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번호가 없는 장봉도 버스
장봉선착장에 도착하니 섬 안을 운행하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탔던 버스는 여객선 입항 시간에 맞춰 출발하는 듯했어요.
배에서 내린 뒤 바로 탑승했기 때문에 놓칠 걱정은 없었습니다.
지도 앱에는 별도 번호 없이 ‘옹진 버스 장봉도’라고 표시됐습니다.
보통 버스는 1번이나 10번처럼 숫자가 붙어 있는데, 말 그대로 ‘장봉도’라고만 적혀 있어 조금 신기했어요.
장봉도는 해변과 캠핑장, 트레킹 코스가 섬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배 안에도 등산객이 많았고, 캠핑 장비를 실은 자동차도 꽤 보였어요.
아빠와 저는 세부 일정을 정하지 않고 대충 지도만 본 채 들어왔어요.
일단 배가 고팠기 때문에 음식점이 있을 것 같은 마을 쪽에서 무작정 내렸어요.
사람들을 따라 들어간 식객
정확한 정류장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중에 위치를 확인해 보니 장봉2리 정류장 근처였던 것 같습니다.
마을회관처럼 보이는 곳 주변에서 사람들이 내리기에 우리도 함께 내렸어요.
그대로 사람들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다 발견한 식당이 식객이었습니다.
미리 검색해서 찾아간 곳은 아니었어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 유튜브와 네이버 블로그에서 장봉도 맛집으로 자주 소개되는 식당이었습니다.
가정집 1층을 개조한 듯한 곳이었는데,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어요.
아빠와 저는 소라비빔밥을 주문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후기에서 본 것처럼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어요.
소라는 들어 있었지만,
전체적인 맛은 시판용 초고추장에 밥과 채소를 비벼 먹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우리가 먹은 메뉴는 소라비빔밥 하나뿐이에요.
칼국수나 다른 메뉴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식당 사장님이 알려준 해식동굴
계산하면서 아빠가 남자 사장님께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사장님은 근처에 있는 해식동굴을 추천해 줬어요.
공식 명칭은 장봉도공룡해식동굴입니다.
물이 빠졌을 때 해안으로 내려가 바위 쪽을 따라 이동해야 볼 수 있는 곳이에요.
당시에는 네이버지도에서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았고,
티맵에서만 위치가 표시됐습니다.
해식동굴로 가는 길에 수협이 보였습니다.
양구에서 군 생활을 할 때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도시의 대형마트 같은 존재였어요.
섬에는 수협이 있다는 게 신기해서 아빠와 잠깐 들어가 봤습니다.
하지만 내부는 아주 작은 동네 슈퍼마켓 정도였어요.
괜히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말 그대로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작은 매장이었습니다.
식후 산책 — 강구지 해식동굴
식객에서 해식동굴까지는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마을 뒤쪽 길과 작은 언덕을 지나긴 하지만 가벼운 산책에 가까워요,
여유 있게 20분 정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길 끝에서 왼쪽에 있는 파란색 표지판을 발견하고서야 제대로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표지판 옆에는 주변 건물과 비교해 유난히 크고 관리가 잘된 주택이 있었어요.
어떤 사람이 사는 집인지 괜히 궁금해질 만큼 규모가 컸습니다.
동굴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표지판을 따라 해안가로 내려갔지만 동굴을 설명하는 별도의 안내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앞에는 넓은 해안가만 펼쳐져 있었어요.
여기가 맞는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지나가던 다른 관광객에게 물어봤습니다.
해안을 바라본 상태에서 왼쪽으로 더 들어가야 동굴이 나온다고 했어요.
바위와 해안을 따라 조금 더 이동한 뒤에야 해식동굴을 찾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했던 만큼 대단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사진도 없어요.)
여기까지 걸어온 시간과 비교하면 조금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에 붕괴 위험이 있으니 동굴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현수막을 발견했습니다.
올 때는 보이지 않았고, 돌아가는 방향에서야 눈에 들어왔어요.
위험 안내라면 동굴에 도착하기 전에 더 잘 보였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다시 장봉선착장으로
해식동굴을 가볍게 둘러본 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습니다.
별도로 찍어둔 사진은 많지 않지만,
아빠와 조용한 마을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 더 기억에 남아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다시 장봉선착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장봉도에서 나갈 때도 선착장 매표소에서 승선권을 구매했어요.
신분증을 다시 확인한 뒤 배를 타고 삼목선착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장봉도의 끝까지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장봉도 서쪽 끝에 있는 가막머리전망대나 건어장해변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장봉도는 짧게 한 곳만 보는 여행지라기보다,
자동차를 가져와 섬을 드라이브하거나 캠핑과 차박을 즐기기 좋은 곳처럼 보였어요.
섬의 능선과 해안을 따라 여러 트레킹 코스도 조성돼 있어
등산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중족골 통증 때문에 산길을 오래 걷기 어려웠고,
원래 등산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 대표 코스를 제대로 둘러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인천시민이여서 편도 1,500원 — 왕복 3,000원에 배를 타고,
아빠와 당일치기로 섬을 다녀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괜찮은 하루였어요.
선착장까지 걷느라 지치고, 가는 길마다 조금씩 헤맸습니다.
그런데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했던 날이 나중에는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다음에 다시 장봉도에 온다면 그때는 버스 시간과 이동 경로를 조금 더 알아보고,
이번에 가보지 못한 섬의 끝까지 들어가 보고 싶어요.
물론 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까지는 반드시 버스를 탈 생각입니다.
장봉도 여행 정보
방문일: 2026년 5월 4일
출발: 공항철도 운서역
선착장 이동: 인천e음16번·204번·307번
여객선 경로: 삼목선착장 → 신도 → 장봉선착장
여객선 소요시간: 약 30~40분
인천시민 운임: 편도 1,500원
필수 준비물: 신분증
섬 내부 이동: 장봉도 공영버스 또는 자동차
주의할 점: 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까지 도보 이동은 권장하지 않음
여객선 시간과 운임은 기상 상황과 선사 운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발 당일 세종해운 운항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